중학생 눈높이의 '앱 기획' 교안. 한 질문("어떤 문제가 앱이 될 만한가?")을 통념→주장→왜→판별→단서→반론→결론으로 끝까지 따라갑니다. 강사가 읽고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설명 산문 중심. 🎓 교실에서는 sprint Step2(페인킬러 4축 체크)로 이어집니다.
이 장은 아이디어를 마구 나열한 게 아니라 한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는 하나의 논증이다. 본론에 들어가기 전, 우리가 지나갈 전체 길을 먼저 펼쳐 둔다. 윗줄은 '왜 진짜 문제가 먼저인가'를 논증하고, 아랫줄은 그 문제를 스스로 골라내는 도구(4질문·단서)로 잇는다.
"앱 만들자!"고 하면 학생들은 거의 곧장 신기하고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머리를 쥐어짠다.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르고, 거기에 '이게 왜 필요한지'를 나중에 끼워 맞춘다. 그런데 바로 이 순서가 함정이다 — 멋져 보이지만 아무도 안 쓰는 앱은 대부분 여기서 태어난다.
그럴듯해 보여서 드라마 작가가 지어낼 법한 아이디어. 폴 그레이엄은 이를 '시트콤 스타트업 아이디어'라 불렀다 — 말로는 그럴듯한데 실제로 원하는 사람이 없는 아이디어. 신기함이 곧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.
이 장이 증명하려는 한 문장은 이것이다 — 아이디어가 아니라 '진짜 문제'가 먼저다. 문제에는 두 종류가 있다. 진통제는 아프면 '꼭' 먹어야 하는 것, 비타민은 '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'인 것. 좋은 앱 아이디어는 언제나 진통제 쪽이다. 사람들이 진짜 불편해서 '꼭' 풀고 싶어 하는 문제일수록, 그 앱을 계속 쓴다.
지금 당장 아파서 '꼭' 해결해야 하는 불편. 사람들이 이미 "아 진짜 귀찮아", "누가 좀 해 줬으면" 하고 불평하고 있는 문제. 한 번 쓰면 계속 쓴다.
없어도 살 수 있는 '있으면 좋겠다' 정도의 것. 멋져 보여도 한두 번 써 보고 지워지기 쉽다. "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"는 위험 신호다.
진통제가 살아남는 이유는 단순하다. '꼭 필요한' 문제는 사람이 그 불편을 매일·매주 다시 겪기 때문에, 앱을 자꾸 열게 된다. 반대로 '있으면 좋겠다' 정도면 잠깐 신기해서 깔았다가, 불편을 다시 안 겪으니 그냥 잊혀진다. 앱의 운명은 '얼마나 멋진가'가 아니라 '얼마나 자주, 꼭 필요한가'에서 갈린다.
매일 급식 메뉴를 확인해야 하면, 그 앱을 매일 연다. 동아리 회비를 매주 정산해야 하면, 매주 연다. 불편이 반복되니 앱도 반복해서 쓰인다.
"오 신기하다" 하고 한 번 눌러 본 뒤엔 다시 열 이유가 없다. 좋아하긴 했지만 '꼭' 필요하진 않으니, 며칠 뒤 화면에서 사라진다.
'진통제 같다'는 느낌만으로는 부족하다. 그래서 우리는 문제를 네 가지 질문에 통과시킨다. 네 칸이 전부 채워지면 진통제일 확률이 높고, 한 칸이라도 비면 비타민을 의심해야 한다. 이건 막연한 직감을 구체적 진단으로 바꿔 주는, 디자이너·기획자의 사고법이다.
좋은 문제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. 내가 직접 겪는 불편이 가장 강한 단서다. 남이 불편할 것 같다는 건 내 추측이지만, 내가 실제로 겪은 불편은 증거다. "PT 끝나고 준비물 까먹음", "동아리 회비 누가 냈는지 헷갈림"처럼 구체적일수록 좋다 — 막연한 큰 문제보다 손에 잡히는 작은 불편이 기획하기 쉽다.
"사람들이 ~하면 불편하지 않을까?" — 직접 안 겪었으니 진짜인지 알 수 없다. 추측에서 출발하면 비타민이 되기 쉽다. 꼭 추측에서 시작해야 한다면, 그 사람에게 직접 물어 증거로 바꿔라.
"이왕이면 큰 문제!"라는 반론은 오해다. 문제 크기에는 두 방향의 함정이 있다. 너무 크면 한 문장으로 정의되지 않아 무엇부터 만들지 못 정하고, 너무 좁으면(나만 겪는 특이한 불편) 쓸 사람이 없다. 좋은 문제는 그 사이, "나도 겪고 옆 친구도 고개를 끄덕이는" 딱 그만큼이다.
"학교를 더 좋게", "전교생 모든 고민 해결" — 한 문장으로 못 쓴다. 무엇부터 만들지 안 잡힌다.
→ 쪼개기: '점심시간 매점 줄이 김'처럼 한 장면으로.
"나만 쓰는 특수 글씨체 키보드" — 나 말곤 겪는 사람이 없다. 아무리 진짜 불편이어도 혼자면 앱이 아니다.
→ 넓히기: 옆 친구도 끄덕이는지 확인.
지금까지의 논증을 한 장면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— 좋은 문제는 작고 구체적이며, 여러 명이 자주 겪고, 지금 방식이 불편한 문제다. 그리고 그 신호는 사람들의 말투에서 들린다. "있으면 좋겠다"가 들리면 비타민을 의심하고, "아 진짜 귀찮아"가 들리면 진통제일 확률이 높다.
| 판단 | 예시 | 왜 그런가 (4질문 기준) |
|---|---|---|
| ✅ 좋은 예 | 급식 메뉴를 매번 홈페이지에서 찾기 귀찮다 | 전교생이·매일·홈페이지를 뒤지며·느리다 — 4칸 다 참 |
| ✅ 좋은 예 | 동아리 회비 누가 냈는지 헷갈림 | 총무가 매주 겪는 진짜 진통제, 한 문장으로 적힘 |
| ❌ 나쁜 예 | 기분에 따라 화면 색이 바뀌는 감성 앱 | '꼭' 필요한 사람 없음 → 한 번 쓰고 지움 (비타민) |
| ❌ 나쁜 예 | 전교생의 모든 고민을 해결하는 앱 | 너무 커서 한 문장 정의 불가 → 뭘 만들지 못 정함 |
배운 걸 바로 손으로 옮긴다. 핵심은 머릿속 아이디어가 아니라 내가 진짜 겪은 불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. 포스트잇 3장에 불편을 적고, 각각을 4질문에 통과시킨 뒤, 네 칸이 가장 잘 채워지는 1개를 골라 문제 카드로 남긴다. 이 카드 한 장이 다음 차시 페르소나의 출발점이 된다.
이 장은 아이디어를 나열한 게 아니라, 하나의 질문을 끝까지 따라간 추론이었다. 출발점은 "멋진 아이디어가 먼저"라는 통념이었고, 도착점은 "진통제 같은 진짜 문제가 먼저"라는 주장이었다. 그 사이를 진통제 비유·4질문·내 불편이라는 단서가 이어 주었다.